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퇴사를 결정했다.
내 나이 54. 사실상 은퇴다.
법적으로 정년은 몇 년 더 남았지만, 이 바닥에서 정년이란 사실상 무의미하다.
나이 많음을 자랑하는 건 절대 아니고 대표님 포함, 회사에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뭐 이 정도 다녔으면 오래 다닌거 아닌가 하는 위안을 삼아본다.
어제 학교 선배를 우연한 기회로 만났다.
부사장 위치에 오르신 분인데, 임원들은 자기발로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에 수긍이 갔다.
그 만큼 임원의 위치까지 갔다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많아 내려놓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얘기다.
나 또한 그 모든걸 내려놓았을 때 벌어질 삶의 초라함이 두렵다.
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망설임과 두려움. 가족에게 미안함과 고마움 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 속에서 혼란스러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.
그럼에도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티면서 내가 이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? 라는 질문에 나는 대답을 못한다.
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내려오는 것은 무능한 것이 아니라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.
그리고 전쟁터가 아닌 지옥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진 이 무모함이 훗날 더 큰 성공으로 치환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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